보도자료

[디지털공감]이모티콘 속에 숨겨진 공감 능력

작성자
학정감
작성일
2019-08-07 11:58
조회
44
이모티콘 속에 숨겨진 공감 능력
디지털에 빠져들수록 사회성 떨어져

# 풍경 1

퇴근길 지하철 안, 사람들은 모두 미소를 머금은 채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옆에 앉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이는 거의 없다. 모두 휴대폰을 통해 멀리 있는 지인과 소통하거나 이어폰을 꽂은 채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사람들뿐이다. 지하철 안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 큰 소리로 외쳐대던 잡상인이 자신에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자 슬그머니 다음 칸으로 옮겨가 버린다.

# 풍경 2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에서 젊은 연인이 마주 앉아 다정스레 식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대화를 거의 하지 않은 채 각자 자신들의 휴대폰 화면만 바라보고 있다. SNS로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는 것. 그들은 데이트를 하기 위해 만난 것일까 아니면 서로의 SNS를 하기 위해 만난 것일까.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혼자라는 것에 대해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늘 누군가와 소통하고 어딘가에 소속돼 있기를 갈망한다. 이러한 인간의 욕구를 가장 잘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SNS나 휴대폰 같은 디지털 미디어다. 그럼 과연 디지털 미디어를 잘 활용할수록 사회성과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발달되는 것일까. 최근의 연구결과들에 의하면 오히려 그 반대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 UCLA 심리학과의 패트리샤 그린필드(Patricia Greenfield) 교수팀이 최근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휴대폰이나 컴퓨터 등의 디지털 미디어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평소 휴대폰 문자를 보내고 비디오 게임 및 TV 시청을 하는 데 하루에 평균 4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난 캘리포니아 공립학교 6학년 학생들을 A, B 집단으로 나누어 연구를 진행했다.

A집단의 학생들은 교외에 떨어져 있는 자연과학캠프에 보내 5일 동안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B집단의 학생들은 평소대로 생활하게 한 것. 그 후 두 그룹 모두에게 사진과 비디오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인식하는 능력을 평가받게 했다. 그 사진 속의 인물들은 각자 행복이나 슬픔, 분노, 두려움 등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결과 캠프에 참여해 5일 동안 디지털 미디어를 접하지 않은 A 집단에 비해 평소대로 생활한 B 집단 학생들이 다른 사람들의 얼굴에 나타난 감정을 읽는 능력이 평균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그린필드 교수는 이 연구결과를 통해서 사람들이 얼굴을 직접 마주보고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사회성과 공감 능력을 개발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디지털 기기 속의 이모티콘이 얼굴을 직접 마주보고 하는 의사소통을 결코 대체할 수 없다는 의미다.

O 자아도취적인 페이스북의 특징

SNS 중 가장 많은 가입자 수를 확보하고 있는 페이스북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들도 이와 비슷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미국 노스플로리다대학교의 연구진이 18~50세 사이의 페이스북 사용자들 간의 관계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페이스북 사용자의 특징 중 하나가 이기심 및 자기도취적인 것으로 나타난 것. 즉, 나르시스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확인하기 위해 보았던 연못처럼 SNS가 현대판 나르시스의 연못이 되고 있는 셈이다. 자아도취적인 사람일수록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또한 호주 찰스 스튜어트대학의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페이스북 계정에 자신의 정보를 더 많이 공개한 여성일수록 외로움을 느끼는 정도가 더 크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요즘 청소년들에게서 문제가 되고 있는 폭력적인 온라인 게임도 마찬가지의 문제를 안고 있다. 캐나다 브록대학교의 연구진은 청소년이 폭력적인 게임을 오래 할 경우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과 옳고 고름을 판단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끼리 심한 욕설을 주고받는 것도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비대면성이라는 인터넷의 특성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상대방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 더 거친 욕설을 하게 된다. 과거에 소꿉놀이나 의사놀이 등의 역할 놀이를 할 때는 각자 다른 입장의 관점을 학습할 기회가 있었지만, 요즘 아이들의 경우 놀이나 친구들과의 소통도 모두 온라인으로 하다 보니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감정을 공유할 기회가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O 감정 인식 및 표현 기술은 점차 발전해

하지만 이와 반대로 타인의 감정을 분석하거나 가상 캐릭터에 감정을 표현하는 등의 감정 관련 디지털 기술은 점차 발전하고 있다.

독일 프라운호퍼 집적회로 연구소에서는 구글 글라스를 착용함으로써 상대방의 얼굴에 나타난 감정을 인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정교한 고속 객체 인식 엔진(SHORE: Sophisticated High-speed Object Recognition Engine)’으로 명명된 이 소프트웨어는 상대방의 얼굴을 분석해 행복, 슬픔, 분노, 놀람, 추정 나이, 성별 등과 같은 개인에 대한 정보를 구글 글라스의 화면에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 같은 분석은 중앙처리장치(CPU)에 의해 실시간으로 수행되며, 1만 개 이상의 주석이 달린 얼굴 데이터를 보유해 매우 높은 인식률을 지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이 소프트웨어가 자폐성 질환을 가진 이들의 의사소통 도우미나 시장 분석 등의 상업적 용도에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멕시코주립대학 연구진은 가상 캐릭터가 인간처럼 행복, 슬픔, 놀라움, 두려움, 분노 등의 표정과 제스처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 중이다. 심리적 환경에 기반해 안면 행동에 포함된 43개의 근육을 실제로 모방함으로써 사람처럼 표정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가상 캐릭터를 만드는 작업이다. 이 가상 캐릭터는 엔터테인먼트의 역할을 수행하기보다는 교육 및 과학, 전술적인 측면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개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간은 발달된 디지털 기술에 의해 사회성 및 공감 능력을 잃어가고, 디지털 기술은 인간이 잃어가는 감정 인식 및 표현 능력을 계속 개발하고 있는 현실이 마치 다람쥐가 쳇바퀴를 끊임없이 돌리는 장면과 비슷하단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4.09.05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