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유아 미디어 이용 행태의 진화

작성자
학정감
작성일
2020-04-23 14:45
조회
79
유아 미디어 이용 행태의 진화

작성일 : 2019년 9월 18일 작성자 : 김은미 in KISO저널 제36호, 이용자 섹션 .


꼬마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유튜브 활동을 통해 부동산 부자가 되었다는 뉴스가 있었다. 바람직한지 아닌지를 떠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를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그 소식이 사회적으로 기여를 한 셈이 되었다. 디지털 미디어가 일상에 침투하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 곳곳이 전과는 다른 원리와 원칙을 가지고 작동하게 되었고, 어린이들의 달라진 생활 방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좁게는 미디어 이용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하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십여 년 전 게임이나 인터넷 과몰입을 논의할 때만 해도 그 대상은 주로 청소년이었고 우리는 그저 ‘미디어 이용자’로서 이들에게 끼칠 ‘효과’가 무엇인가에 관해서 고민해 왔다. 지금은 어린이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영상이나 게임을 즐길 뿐 아니라 유튜버, 커뮤니티 운영 등 활발한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한다. 소통이라는 활동이 그렇듯이 오는 말이 있으면 가는 말이 있기 마련이다. 말 거는 사람이 있으면 그 말을 듣는 사람이 있고 말을 들으면 또다시 반응을 보이게 된다. 또래들이 출연하고 운영하는 영상 등의 서비스는 더욱 자연스럽게 주목이 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서로 상승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Common Sense Media(Rideout, 2017)에서는 2011, 2013, 2017년에 0~8세 어린이들의 미디어 사용에 관한 통계 조사를 진행했는데, 이에 따르면 TV, 음악기기, 게임기, 모바일 기기를 포함해 평균적인 하루의 총 이용 시간은 1세 미만이 1시간 55분이었고 이것이 2세 이상이 되면서 3시간 이상으로 증가한다. 이는 주로 TV, DVD의 영상과 게임 이용(콘솔, 컴퓨터, 모바일 기기)의 증가 때문이었고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영상 시청, 앱이나 게임 이용은 하루 중 몇 분에 불과하다.

그러나 국내의 조사는 이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2017년 한국의 3~5세 유소아들의 스마트 기기의 이용에 관한 조사(소혜진·임성민·조상연·고민숙·문진화, 2018)에 따르면 하루 평균 하루 1시간 미만으로 사용하는 유소아들이 가장 많았고(측정이 더 자세히 이루어지지는 않았으나 하루 1시간에서 2시간을 사용하는 비율도 2015년에 29.4%, 2017년에 26.7%인 것으로 보아 거의 1시간에 육박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대부분 혼자 사용하며 특히 주말의 경우 이용 시간이 증가하는 추세로 보인다. 유소아들의 스마트 기기 이용은 자녀가 원하거나, 양육자가 다른 일을 해야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되는 공공장소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애플리케이션의 선택은 유아 혼자 선택하는 비율은 감소하고 어머니가 혼자 선택하는 비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나라든 자식을 양육하는 방법에는 문화적인 차이가 있기 마련이지만 필자의 관찰에 따르면 평균적인 한국의 부모들은 어린이들에게 얼마나 혹은 어떻게 미디어를 활용하게 유도하는 것이 좋을지에 관해 영미권의 부모에 비해 비교적 느슨한 규칙을 갖고 있거나 혹은 관대한 편이다. 텔레비전 시대부터‘스크린 타임’제한이 영미권 부모들에게는 보편적이었으나 우리는 스크린 타임 제한을 게임 중독이나 스마트폰 중독을 이야기하기 전에는 일상에서 생각해야 하는 양육의 규칙으로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2015년에 스마트 기기의 사용이 아이에게 미칠 영향에 관해 모르겠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던 것에 비해 2017년에는 이 응답이 유의미하게 줄고 부정적인 영향과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기대가 모두 증가하였다는 점이다. 대표성 있는 표본은 아니지만 어떤 방향이건 스크린 이용 시간이 끼칠 잠재적 영향력에 대해 인식이 생기고 있다는 고무적인 증거이다.

학계에서는 어린이의 미디어 이용과 관련해서 스크린 이용이 정보 소비습관이나 리터러시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뇌과학적으로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다. 우리 뇌는 가소성(plasticity)이 있어 하이퍼텍스트 방식의 정보를 많이 접하다 보면 체계적이고 깊은 사고를 하는 역량이 둔해진다는 경고(니콜라스 카, 2015)나 손가락 클릭으로 바로 반응을 볼 수 있는 스마트 기기와 같은 기기들이 행동 중독을 일으키게 된다는 점(Alter, 2017) 등은 여전히 논란 속에 있지만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이다. 2019년 7월 22일 방영된 SBS 스페셜 <난독시대>에서는 스마트 기기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전통적인 읽기를 수행하는 데 곤란을 느끼는 사례가 잘 담겨 있다.

또 한 가지의 문제는 소셜미디어를 시작하는 연령대가 점차 어려지면서 어린이의 사교 범위가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넓어진 점이 어떤 파장을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역설적이게도 초등학생 정도만 되어도 어린이들은 부모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친구들과 섞이는 것은 원치 않으면서도(“우리 엄마가 페북을 쓴다. 도망가자”와 같은 문구를 제목으로 한 논문도 있다!) (French, 2013) 아주 낯선 사람들과는 흔쾌히 접속하고 교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잘 모르는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 범죄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지적, 정서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친구들 사이의 사이버불링, 혹은 익명적 환경에서의 혐오 발언에의 노출도 문제가 된다. 이것이 단지 노출에서 끝나지 않는 것은 소셜미디어 상에서 겪는 성적인 메시지, 괴롭힘 등 대인적 위험의 피해를 경험한 아이들은 그 자신이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양소은·이혜미·김은미, 2017).

물론 어린이의 미디어 이용은 장려해야 할 일이고 잘 지도해야 하는 일이다. 모바일 기기의 발전으로 디지털 미디어가 만들어 내는 문화적, 사회적 혜택은 분명 값진 자원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어린이들은 훨씬 더 어린 나이에 사회성을 기르고 시민적 참여를 경험하기도 하며, 더 어린 나이에 다양한 음악과 영상을 접하고 다양한 감각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더욱이 잠재적으로는 이러한 혜택을 향유할 수 있는 비용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과거에 문화자본의 축적이 소득이나 계급과 높은 상관관계를 가졌던 것에 비해 훨씬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변화가 가능하다.

미디어 활용은 양날의 검과 같다. 이를 많이 이용하는 사람은 성인이건 어린이건 잠재적인 혜택도 해악도 동시에 증가할 수밖에 없다. 가능하면 혜택을 누리면서 해악을 통제할 수 있는 경로를 찾아야 한다. 더구나 어린이들이 일정 수준의 미디어 리터러시와 통제력을 가지고 미디어 활용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양육자인 부모들이 미디어의 이용을 (교육보다 중요성이 떨어지는)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거나 사소한 일상으로 여기지 않도록, 그리고 미디어 이용에 관한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가감 없이 이들에게 전달되어 일상적으로 어린이들에게 각 가정마다 미디어와 관련된 대화와 규칙의 설정이 이루어지도록 사회가 함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EU에서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http://www.lse.ac.uk/media-and-communications/research/research-projects/eu-kids-online)와 같은 정책 연구 이니시어티브를 통해 어린이의 미디어 이용에 관련된 데이터를 꾸준히 구축하고 경험적 증거에 기반을 둔 정책 수립을 유도해 왔던 사례를 우리도 참고할 만하다. 각국 어린이의 미디어 활용 방식이나 가정의 양육문화가 다른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데이터를 충분히 축적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어린이 유튜버와 같이 그들의 표현적 활동이 상업적 활동과 구분이 어려워지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이들이 상업적 활동에 짓눌려 제 나이에 맞는 사회생활이나 학업에 뒤처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유럽의 프리미어 리그 축구단에서는 청소년 선수들을 모집하여 훈련을 시키지만 이들이 충분한 보호와 교육을 받을 수 있게끔 보호 장치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존 사례를 활용하여 적절한 조건을 명시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어린이 크리에이터들의 권한이 보호될 수 있도록 선제적 장치가 필요하다.



<참고 문헌>

• 소혜진, 임성민, 조상연, 고민숙, 문진화(2018). 유아 스마트 기기 사용 현황의 변화: 2015-2016 년과 2017년의 연구 결과 비교. 『대한소아신경학회지』, 26권 4호, 251~262.

• 양소은, 이혜미, 김은미(2017). 소셜미디어 이용이 청소년의 대인적 위험 경험과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보』, 34권 3호, 91~136.

• 니콜라스 카(2015).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서울: 청림출판.

• Alter, A.(2017). 『Irresistible: The rise of addictive technology and the business of keeping us hooked』. NY: Penguin books.

• French, A.M. (2013). My mom’s on Facebook: An evaluation of information sharing depth in social networking. Behavior & Information Technology, 32 (10.

• Rideout, V.(2017). The common sense census: Media use by kids age zero to eight. San Francisco, CA: Common Sense Media.

• 머니투데이(2018.12.05). 연수입 224억원 ‘부자 유튜버’, 7살 꼬마라고?. Available: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8120511045915665.


저자 : 김은미.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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